대한민국은 국제 분업의 상위단계로 갈 수 있을까.
Posted 2008년 04월 10일 00시 21분 by대한민국.
2차대전 이후 확산된 국제 분업 와중에서 그 끝자락을 붙잡고 겨우겨우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입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아직 이 나라의 중추 산업은 제조업입니다. 그 제조업들 중에서도 나름대로 해외 여러 나라에 걸친 공급망을 가지고 최종 조립/판매자로 성장한 분야도 있고, 아직도 중간 하청인 분야도 있습니다. 물론 최종 조립/판매자로 성장한 분야 (자동차, 조선, 휴대전화 등)는 극심한 경쟁속에서 하루하루 허덕이고 있거나, 선두에 섰으나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분야들이 대부분입니다. 마찬가지로 중간 하청인 부분 역시 품질로 버티고는 있으나 인건비 등의 이유로 하여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대체로 이제 국제 분업 시스템 속에서 이 나라의 제조업은 점점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상황을 타개할 길로 흔히들 얘기하는 것이 "새로운 먹거리"라고 부르는 전혀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것과 국제 분업의 상위단계로 올라가는 것입니다.
"새로운 먹거리"라는 것은 이미 몇년 전부터 정부차원에서 추진하고 있으니 전혀 생소한 얘기는 아닐겁니다. IT산업, BT산업 등등의 것들이 그 일환으로 대두되었죠. 이런 발상은 결국 기존의 틀에 끼어들어가서 자리를 차지하기는 힘드니 전혀 새로운 것을 들고 나가 새로운 틀을 만들자~ 라는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추진해온 일들 중에서 많이 알려진 것이 바로 이런 것들입니다. 제조업의 상위로 올라가자~ 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원천 기술이 부족한 채로 응용 기술만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 이 나라가 다른 국가들의 견제를 뚫고 새로운 산업을 창조해내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요. 그렇다고 2차산업인 제조업을 포기하면 국가 경제의 근간을 훼손하게 되는 것이니 이러한 시도를 무익한 것이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도했던 노력들이 훌륭한 결과물을 도출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포기해서도 안되는 것이구요. (ETRI에서 이뤄낸 성과들은 꽤나 훌륭한 것들이었으니까요)
문제는 2차 산업이라는, 국제 분업의 핵심 분야가 끊임없이 하청 생산 기지를 옮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하청 생산기지로써 수혜를 톡톡히 입은 대한민국은 이제 더이상 그 메리트가 없습니다. 중국 역시 지금까지 그 수혜를 톡톡히 보면서 성장했는데 자력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도 전에 자기들끼리 샴페인을 터트리면서 위기에 처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남미, 아프리카 등등등 오로지 인건비만이 메리트였던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수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생산 기지를 찾아 탈중국을 결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기업들이 한국을 다시 선택할리는 없죠. 한국은 이제 시장이지 생산지가 아닙니다. 특히나 소위 럭셔리~ 라는 용어로 아우를수 있는 사치품들은 한국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은 2차 산업을 강화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도 3차 산업의 비중을 높여나가야 합니다. 금융 산업이나 지식 서비스 산업 등등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3차 산업은 1/2차 산업이 없으면 무의미 합니다.) 이 나라에도 이제는 세계 수위권의 예금/투자은행이 필요하고 세계의 기업들을 고객으로 하는 컨설팅 기업이 나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한미FTA는 바로 이 두가지 - 2차 산업을 강화하고 3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뉴욕에서 벌어지는 돈놀이에 휘청휘청하는 대한민국의 2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그 뉴욕으로 뛰어들어가서 영향력을 가져야 하고, 다른 나라들의 기업들을 상대로 지식을 팔아서 돈을 덜어들일 컨설팅 기업이 나와서 국부를 창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노력들이 지난 5년동안 정부가 한 일들 - 자통법, FTA, 교육제도 개선 등등 이었지요. 어떤건 됐고 어떤건 참담하게 실패했죠.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대운하를 파겠다는 토건세력이 다시 전면으로 등장했습니다. 토건이 나쁜건 아닙니다. 산업이 어떻게 재편되든 도로와 상하수도는 고치거나 만들어야 하고 집과 건물은 지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토건산업이 2차 산업이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한 국가의 주요한 산업분야인것은 틀림없습니다. 정책적 토건 사업으로 정부가 민간(기업과 가계)에게 자금을 공급하고, 그 자금은 돌아서 기업은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만들어내며 가계는 그 제품을 구입합니다. 자금의 순환이 일어나면서 제조업이 성장하게되고, 제조업이 자리를 잡으면 그런 기업들과 가계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업이 나타나게 되니까요. 1차 산업으로 연명하는 산업화의 초기에는 토건 산업이 경제 성장의 촉매제 역할을 해주죠.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이 1차 산업으로 연명하는 국가는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도 동동구리무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플라스틱 바가지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나라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제 와서 토건으로 기업과 가계에 자금을 공급해야만 할 이유가 없습니다. 시중에 필요 이상의 자금이 풀려서 인플레이션만 일어날뿐이죠. 자금이 풀려서 2/3차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그 효과가 가계로 배분된다면 인플레이션도 견뎌낼수 있겠지만, 지금의 상황은 전혀 그런 기반이 없습니다. 자금이 풀린다고 해서 제조업의 경쟁력이 강화될만한 상황이 아니며, 서비스 산업이 자금 공급 만으로 강화되는 것도 아니지요. 더욱이나 설령 제조업이 금융 비용 경감으로 수익이 늘어났다고 해서 그 돈이 가계로 이전되는 상황도 아닌데다 그나마 조금 이전된 자금 마저도 사교육비로 모두 재이전되고 있는 마당에 가계의 상황이 호전될리는 없습니다. 결국 현 상황에서의 토건은 무익한 인플레이션만 불러일으켜서 가계는 가계대로 곤경에 빠뜨리고 기업은 기업대로 어렵게 만드는 행태가 됩니다. 마땅히 지금 대한민국은 토건에 쏟아부을 예산을 서비스 산업 강화를 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교육 정책을 보완하고 청장년층에 대한 재교육 정책을 통해서 실업으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고, 역량있는 청장년층들이 지식서비스 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때입니다.
88만원 세대라는 책이 한 때 베스트셀러로 올랐었지요. 그 얘기가 이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책에서만큼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은 다룰수 없지만요.
대한민국에게 필요한건 뇌수술이지 석고붕대가 아닙니다.
- Filed under : about Money/Industry
- Tag : 국제 분업, 대운하는 아니지,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뇌수술이 필요해, 지식산업, 토건
